그대동쪽으로가고/우기의풀밭/구름을읽다/못/목련꿈/권도중/시조시학2023년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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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중
(신작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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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동쪽으로 가고
그대 동쪽으로 가고 서쪽이 되었다
제 자리 어디서도 한 하늘 여기가 거기
남은 빛 더 품고 있는 단절이 멀다
받아들인 길 차분해지는 그리운 마을이여
수많은 동쪽의 잎들이 만들어질 사람
무의식 그늘서 치유된 상처의 빛 같다
수북이 낙엽 덮을 천상의 눈이 오는
바람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생각하면
더디게 녹는 그늘로 자존의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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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의 풀밭
우기의 소나기는 풀밭자유를 키우고
생겨난 물고랑으로 고 작은 붕어새끼들
연하고 새뜻한 배를 뒤집으며 파닥였다
도랑에서 소풍 나온 어린 물고기 맑은 배때기
등지느러미 정지칼처럼 들어내는 큰 물고기
늪이 된 풀밭 운동장 수초같은 머릿결
흔들며 간 비린 메기 맨발의 정액 냄새
황톳물 싱싱해진 먼 그리움 떠내려갔다
못에서 안개마을로 산란하는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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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읽다
1.
햇빛은 언제나 초록을 숨기고 있다
초록햇살 빛나던 잎 낙엽으로 다시 빛날,
나무를 사색하게 하고, 눈엽으로 다시 올,
너를 읽는다는 것이 구름을 읽었다
구름은 꿈이고 현실은 해석하는
구름은 해체되면서 회복되는 현실이다
2.
.....눈이 내렸습니다, 천지에 가득한 눈바람, 낙엽으로 비운 너무 아득한 풍경 속으로
참 많고 많은 세월이 눈보라처럼 흩어져 갔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구름이 되어 흘러 모습으로 변해도
구름의 흔적이 있다 그리움이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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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작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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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못은 왜 못이라 했을까 거기 가서
못 이른 못 이룬 꿈 고요한 퇴적으로
가다가 어두워져서 못이 되어 있을까,
돌 던져도 상처 없는 다스리는 비늘이며
보여주지 않는 거야 바닥이 된 그 울음은
한 사발 논물의 세월 키워주던 목마름,
쉬어라 물의 언어 도중으로 일렁이며
오래된 그대처럼 수용하는 자양으로
못이여 나를 지키는 처신 법을 읽는 날,
그것들 해자垓子에도 저수 되어 있다면은
네 하늘 구름 비친 내 못에 고인 마음
그 못둑 뿌리 적시는 이 나무는 아시나,
목련 꿈
저것은 목련의 젖꼭지인가 촛불인가
겨울 내내 아팟으리 몽련夢蓮망울 목련木蓮 망울
고파서,
적공積供이라고,
구求하는 게 아니라고
*
선행하는 꿈이 와서 선행하던 젊은 피가
박스권* 옥탑방에 3월에 받는 택배
이제는,
나를 찾아서,
반사되는 봄 햇살
* : 주가가 일정한 가격 안에서만 오르내리는 현상. | 외국어 표기 | box pattern(영어) | 주가가 일정 상한선과 하한선 사이의 가격 안에서 오르내리며 그 상한선과 하한선을 깨지 못하는 현상으로, 매수세력과 매도세력의 힘이 비슷하거나 거액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개입할 때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서 거래량은 점차 줄어든다.(naver)시사상식사전 (여기서는 타개하지 못하는 박스권 현실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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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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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과 서쪽
새벽 발기하듯 솟은 찔래순 꺾어먹고 크던 아이는 찔래꽃 순한 그런 비밀이다. 수로귀부인에게 절벽을 바치는 철쭉꽃은 버건디칼라의 찔래순이 촌로의 피에서 현실로 핀다. 곁에는 수많은 잎들로 그늘을 만드는 서쪽이 깊다. 수북이 낙옆 덮을 천상의 눈으로 다시 올 눈엽을 덮는다. “무의식 그늘서 치유된 상처의 빛 같다”는 구절을 떠올려 품으면, 모든 숨결은 시공을 구분하지 않고 허공 혹은 바람으로 갈피 사이 존재한다. 바람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생각으로, 수로귀부인의 이야기가 아름답다면 우리도 다르지 않는 만남 같은 존재다.
2. 그리고
내 유년은 소나기와 풀밭에서 컸다 할 수 있을까. 빗속을 비 맞는 풀로 풀밭에서 큰 것 같은 생각이다. 가끔 큰물 져 잠기고 무너지고 떠내려가던 황톳물 범람하는 풍경, 아직도 크는 것들, 가끔은 그런 힘이 나에게 온다. 몰라도 비가 오면 우산이 아득히 갔다가, 나는 그 우산 잊어 놓고 돌아오고 싶다. 우산은 돌아올 때 두고 오는 것. 두고 온 거기서 우산은 있으니까. 어떤 사람은 두고 와야 성장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이삿날 비 오면 잘 산다는, 비 맞으면 수목이 자라듯 살림이 자라라고 덕담 건내는, 풀밭은 빗속에서 자유를 키우고, 나에게는 가끔은 찾아오는 유현의 그리움 일 것이다.
“햇빛은 언제나 초록을 숨기고 있다” 햇볕을 많이 받은 강가에는 이끼가 초록으로 자라는 것을 본다. 물도 햇볕을 받으면 초록색을 발하는구나. 텃밭에 상추를 고추를 심으면 초록의 밭이 된다. 너를 읽는다는 것이 구름을 읽었다. 구름은 해체되면서 현실로 회복된다는 것을 그 후에 알았다. 생각은 항상 뒤로 나고 나무를 사색하게 했다.
3. 못에 대하여,
적공積功과 적공積供에 대하여
못 이른 못 이룬 것들은 거기 가서, 가다가 어두워져서 못이 되어 있다. 못에 대해서 외국어를 찾아보니, lake, tarn, loch, lough, trench, 등은 우리의 “못”과는 거리가 멀고, a moat,
make moat, 등은 나를 지키기 위한 어떤 뜻은 있는 듯 하지만 우리의 “못”은 아니라는 생각. “그 못둑 뿌리 적시는 ‘이 나무는 아시나’,”에서 ‘이 나무를 아시나’로 하지 않고, 이 나무는, 으로 쓴 것은, 이 나무가 타他에게는 별거 아닌 많은 나무의 하나일 뿐이며, A가 아닌 a일 뿐이며, a가, 가 아니고 a는, 이 그 못둑에서 못물에 뿌리 적시고 있다는 것을 겸손하게 표현하고자 하였음이다. 이 나무(를), 과 이나무(는), 의 차이점이다.
적공積功과 적공積供의 차이:
적공積功은 공을 쌓는 것, 공功은 공로, 명예, 성공, 이룩함 등이며, 공든 탑, 등에 쓰임. 공供은 이바지한다, 노력한다, 기여한다, 공손하다, 불공, 민속신앙에서 신에게 정성을 바치는 일, 등으로, 어떤 결과의 주춧돌이 된다, 는 뜻.
몽련夢蓮망울 목련木蓮 망울
木蓮 망울은 몽련夢蓮망울이고, 몽련夢蓮망울은 목련木蓮 망울인 것은, 영하의 칼바람 속 홀로이 찬 우물 잠긴 가지마다 키워나오는 꿈의 망울이니, 잎도 나기 전 벌거 벗은 꿈의 속살이니, 목련木蓮 망울은 몽련夢蓮망울이 아닐 수 없음이다. 태오야- 호명하면 울음샘에 닿듯이 절대 순수의 구원이며 그 결핍으로 크는 망울. 결핍이 결핍에게 이바지 하는 꿈의
속살로, 바쳐지는 것.
목련 꿈의 적공積供은, 일반적인 적공積功이 아닌, 겨울 내내 참고 기다리고 봄을 위하여 개화를 위하여 견디며 이바지하며 물관부로 올리는 목피 속 보이지는 않는 작업이 ‘꽃에 이바지한다’는 뜻으로, ‘박스권 겨울 생활’은 적공積供 이다 라는 뜻으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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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중: 1951년 안동 일직 광연리 생. 1974년 이영도 추천으로 《현대시학》 천료. 시집: 『그대 거리가 색으로 살아 있다』『세상은 넓어 슬픔 갈 곳이 너무나 많다 』『비어 하늘 가득하다』 『낮은직선』 『네 이름으로 흘러가는 강』 『혼자 가는 긴 강만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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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c3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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